조윤경 울산과학기술원(UNIST)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2011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국제학회 기조강연자(plenary Speaker)로 초청받았다. 학회에서 기조강연은 통상 그 분야의 최고 대가들이 한다. 조 교수는 당시 UNIST 교수가 된 지 3년밖에 안 된 시점이어서 학계에서 큰 존재감이 없다고 생각했다. 기조강연 발표자로 초청받은 건 명예였다. 조 교수는 발표를 전후해서 초청자에게 물었다. “나는 그간 삼성(종합기술원)에 있었다. ‘사이언스’나 ‘네이처’급 학술지에 논문을 쓴 적이 없다. 그런데 어떻게 알고 초청했느냐?” 그는 “진정한 랩온어칩(Lab-on-a-chip)을 만든 사람이 당신 아니냐”라고 말했다. 랩온어칩은 조윤경 교수 연구의 키워드로, ‘칩 위에 실험실’이라는 뜻이다.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‘랩온어칩’에 대해 이런 식으로 설명한다. ‘랩온어칩은 손톱만 한 크기의 칩을 통해 실험실에서 할 수 있는 연구를 가능케 하는 장치다. 초미세회로의 반도체 기술과 나노 기술, 생명공학 기술이 집적된 바이오(bio)칩이다. 극미량의 시료나 샘플만으로도 생화학 정보를 빨리 얻어낼 수 있어 의학, 생명공학, 환경 분야에서 차세대 진단 및 분석 장치로 개발되고 있다.’